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할로윈 축제를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쓰러져 (11월 3일 오전 11시 기준) 156명이 사망하고 187명이 다치는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4년 304명이 숨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의 참사에 대해 정부는 10월 30일부터 11월 5일 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망자에 대해 조의를 표하는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민적 슬픔과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따라 전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가 취소, 축소되거나 무기 연기됐다. 특히 섬과 해안 지역을 무대로 펼쳐질 축제들도 속속 취소되면서 전국에 축제 대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섬과 해안 지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가 취소, 축소 또는 연기된 주요 축제들을 살펴보면, 우선 경남에서는 오는 11월4일부터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제6회 고성 가리비 수산물 축제가 취소됐다. 고성군은 대신, 지역 대표 수산물 가리비 소비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거제시도 현재 열리고 있는 거제섬꽃축제의 야간 운영과 문화 공연 등을 모두 취소하고 전시 위주의 행사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또 부산시는 지난달 30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K-POP콘서트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을 취소했고, 오는 5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예정됐던 부산불꽃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전남에서는 해남군이 11월 4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2022 해남 미남(味南)축제'를 연기해 11월 11일~13일까지 사흘간 개최한다. 함평군도 다음 달 6일까지 함평 엑스포 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의 청소년 프린지 페스티벌 등 일부 무대 행사를 취소했다. 순천시는 11월4일부터 6일까지 순천만습지 일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제23회 순천만갈대축제를 취소했다. 또 11월 5일로 예정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붐업 페스타(K-POP 공연 등)’도 취소키로 결정했다. 또 영암군도 월출산 국화축제와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를 취소했다.
이밖에 제주에서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2022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취소됐다. 충남에서는 보령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2022 대천 조개구이 축제’ 폐막식과 프렌들리 뮤직 콘서트 등을 취소했다. 서산시도 11월 2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제23회 서산국화축제' 개막식과 애도 기간에 계획된 공연을 취소하고 관람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강원도 삼척시는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개최하려고 했던 ‘장미축제’를 취소했다. 양양군도 10월 28~30일 열리는 ‘2022 양양연어축제’를 축소 운영했다.
한편, 전남 진도에서는 당초 예정된 축제 행사 대신에 추모제가 열려 추모 분위기를 더했다. 전남 진도군은 지난 10월 31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진도향토문화회관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진도 씻김굿을 개최했다. 진도군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11월 1일 진도군민의 날을 앞두고 예정됐던 기념 축하 공연 등 행사 4개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비는 씻김굿 추모제로 변경했다.
진도 씻김굿은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추모 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고통·상심을 겪고 계실 가족, 부상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 씻김굿으로 희생자 추모와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진도군민들의 마음을 담아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