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군산시 옥도면 장자도

고군산군도 가장자리 섬…황금어장, 검은머리물떼새·가마우지 서식
박상건 기자 2022-04-11 09:00:29

세계 최장 방조제인 33.9㎞ 새만금방조제에서 고군산군도 신시도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무녀도를 지나 장자도에 이른다. 고군산군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섬들은 2017년 12월 28일 다리로 연결돼 왕복 2차선 8.77km 구간을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다. 

장자도는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위치한다. 고군산군도 섬 중에서 가장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섬 면적은 0.13km², 해안선 길이는 1.9km. 장자도는 몽돌해안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마치 수석을 전시장 같다. 대장도 북쪽 끝에 가마우지섬이 있다. 하늘에서 보면 사람 얼굴을 닮은 이 무인도에는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와 가마우지가 서식한다. 

 장자도 전경

장자도는 힘이 센 장자가 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자도 사람들은 옛날에 장자도를 장제미, 대장도를 가제미라고 불렀는데 장재미와 가재미가 합쳐 장자도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장자도에서 길이 30m, 폭 4m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대장도이다. 바위산인 대장도 면적은 0.3km²로 본섬 장자도보다 2.3배 크다. 

장자도 최고봉인 142m 대장봉에 오르면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 말도, 명도, 방축도, 횡경도 등 고군산군도 63개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장봉에서 내려다보면 장자도 모습은 말을 닮기도 했고 가자미를 닮기도 했다. 대장봉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유람선을 타고 기묘한 바위섬들과 해안선 구석구석 감상할 수 있다. 

할미바위

대장봉 중턱의 선유도 방향에 할미바위가 서 있다. 할미바위 전설에 따르면, 장자도에 한 선비가 부인과 한 명의 아들을 두고 살다가 한양으로 과거 보러 떠났다. 부인은 매일 산에 올라가 과거급제를 기원하며 그리운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귀향한다는 전갈을 받고 외아들을 등에 업은 채 산마루에 올라 남편이 탄 배를 기다렸는데 남편은 새 부인과 새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부인이 크게 상심해 돌아서는 순간, 등에 업힌 아기가 힘을 쓰는 바람에 선 채로 돌로 변했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장자도 할미바위에는 흰 천이 칭칭 감겨 바람에 나부낀다. 옛부터 섬마을 어귀엔 오래된 느티나무, 소나무 등에 새끼줄에 천 조각을 꿰어 걸었다. 신목(神木)을 통해 마을의 안전과 조업 나가는 가족 안녕과 풍어를 기원했다. 장자도의 민요로는 아기를 어르며 부르는 거무타령과 어름마타령, 짧은 인생을 한탄하는 꽃타령, 시집살이 노래, 성주풀이 등이 있다. 

대장봉에서 바라본 선유도 전경

장자도는 맞은편 선유도의 섬들이 감싸주는 지형으로 인해 인물이 많이 나온다고 믿었다. 장자도는 조업 중 폭풍을 만나면 피항했던 천연 대피항이기도 했다. 선유8경 중 ‘장자어화’는 선유 5경이다. 고군산군도는 황금어장이었고 장자도 앞바다는 밤이면 수백 척의 조기잡이 어선이 모여 불을 켠 채 조업했는데 그 바다 풍경을 일러 장자어화라고 불렀다. 

1960년대 칠산 앞바다 조기잡이가 성행하던 시기, 장자도 앞바다에도 황해도 연평도와 서남해안 어부들이 탄 어선들이 모여 장관이었다. 장자도 포구는 90년대까지 멸치포구로도 유명해 포구와 해안가에는 젓갈통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처럼 장자도는 수산물이 풍부한 탓에 1917년 어청도 어업 조합 결성에 이어 두 번째로 1919년 어업 조합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1946년 설립한 선유초등학교 분교가 들어설 정도였다. 분교는 1991년 2월 28일에 폐교 후 선유초·중학교로 통폐합됐다. 

장자도 어민들은 김 양식과 정치망 어업에 종사하고 일부는 민박과 식당을 운영한다. 장자도 특산물은 바지락, 돌게장, 주꾸미, 활어회 등이다. 장자도 먹거리촌은 장자대교 건너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활어회, 해물찜, 바지락칼국수, 박하지 등 싱싱하고 풍부한 수산물 식당과 도회지풍의 카페와 펜션, 공영주차장을 두루 갖췄다. 

장자교와 낚시인

나는 장자대교 아래 갯바위에서 낚싯줄을 던져보았는데 갑자기 갈매기들이 몰려들었다. 미끼를 먹기 위해서였다. 안주로 가져온 멸치도 던져주었는데 입맛에 잘 맞는지 갈매기들이 떼로 모여들었다. 결국 미끼와 멸치를 갯바위에 털어놓고 자리를 떴다. 

등대 쪽 갯바위에서도 강태공들이 낚시 중이었다. 한 어민은 “아내가 식당을 하는데 세꼬시(뼈째회) 등 간단한 횟감은 그때, 그때 이곳에서 잡아 공급한다”면서 “1시간 정도면 2개의 낚싯대를 설치해 간단한 횟감은 잡아 올린다”고 말했다. 

장자도는 조류 흐름이 좋아서 우럭, 노래미, 도다리, 광어, 농어 등 고급어종이 많이 잡힌다. 장자대교는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다리인데 선유도에서 볼 수 있는 선유8경과 일몰, 망주봉, 장자봉, 선유봉을 볼 수 환상적인 조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장자교는 산악인, 걷기 여행자들이 선유도를 오가는 인도교이고 장자대교는 선유도와 무녀도로 이어진 자동차 도로이다. 

장자대교 아래 무인등대

장자대교 아래 등대는 교량등으로 선박이 다리 아래를 통과할 때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장자도 선착장 앞바다에는 등대 높이가 15m에 이르는 무인등대가 있다. 등대의 공식명칭은 ‘장자도 북서방등표’. 깨진여 바위에 세워진 이 등대는 장자도, 대장도, 관리도, 말도, 명도 등을 오가는 선박들이 암초를 피하고 밤이면 등대와 항구에 안전하게 귀항할 수 있도록 이정표 역할을 한다. 등대는 밤이면 15km 해역에서도 불빛을 관측할 수 있고 4초에 녹색 불빛을 1회씩 점멸하면서 항로를 안내한다. 

이 일대 해역은 최근 갯녹음으로 신음하다가 바다숲을 조성하면서 되살아났다. 인근 섬으로 가는 여객선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2022년 연말까지 선착장 주변 시설개선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선착장 건너편 관리도는 낙조대, 해수욕장, 천공굴, 만물상바위, 용바위, 낚시 포인트 등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천혜의 섬으로 장자도와 연계 여행 코스로 조성 중이다. 

관리도

장자도는 어촌체험마을 종합안내소와 갯벌 체험장, 2개의 체험어장을 조성해 어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바다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갯벌체험, 바다낚시, 해상낚시 등 해양레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자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당진상주고속도~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동서천분기점~군산IC군산~호덕교차로~개정교차로~새만금방조제~신시도~고군산대교~무녀도~장자도 코스다. 

대중교통은 고속버스의 경우 센트럴~군산고속버스터미널 코스다. 군산버스터미널에서 7, 8, 9번, 85번 버스~99번 2층버스~장자도 코스다. 기차의 경우 용산역~군산역 코스다, 용산역 직통열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천안에서 환승 후 군산역에 도착한다. 군산역에서 7번, 83번 버스~비응항 하차~99번 2층버스~장자도 코스다. 문의: 군산시 관광진흥과(063-454-3304)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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