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는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에 속한 모래섬이다.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디 모래 ‘사’, 호수 ‘호’자를 써서 ‘사호’라고 부르다가 행정구역 개편 때 사도로 바꿨다.
사도는 여수에서 27㎞ 떨어져 있다. 섬 면적은 0.89㎢, 해안선길이 6.4㎞이다. 43명의 주민이 산다. 사도는 여자만에 위치한다. 여자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 해협으로 여자만 안에는 그만그만한 섬들이 어우러져 있다. 적금도, 둔병도, 조발도, 그리고 좀 큰 낭도 그리고 사도, 상화도, 하화도, 백야도 등이 옹기종기 모여 출렁인다.
사도 앞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가운데 섬이 중도, 시루섬으로 불리는 증도, 진대섬으로 부르는 장사도, 나끝, 연목, 추도 등 7개의 올망졸망 섬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다. 7개 섬 중 사도와 추도가 유인도다. 추도와 장사도를 제외하면 모두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사도의 풍광은 ‘여수10경’ 중 하나다. 사도의 첫 번째 특징은 바다가 갈라지면 드나들 수 있는 이른바 신비의 바닷길이 있다는 점이다. 바다가 갈라지는 날은 음력 정월대보름, 2월 영등, 4월말 등 연간 5∼6차례다.
두 번째 이색풍경은 마을 입구에서 만나는 공룡화석공원. 그 실체를 체험하는 코스가 무인도로 이어지는 공룡화석과 퇴적층의 암석해안지대다. 여행자들은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두 개의 대형 공룡조형물과 만난다. 그 사이를 지나 해안산책로를 따라 사도해수욕장 쪽으로 걷는데 밝은 표정의 해당화가 나그네를 반겼다.
이날은 여자만 일대에 안개가 자욱한 터라 해당화가 더욱 붉게 눈빛에 반사됐다. 섬 여행 중에 만나는 특별한 풍경들이 많지만 하얀 백사장에 어울리는 해당화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중 하나다. 고전소설 ‘장끼전’에 이런 대목이 있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 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 이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이 작품의 배경은 북한의 원산 명사십리라는데, 남해안 금일도 명사십리 해당화공원, 이미자의 ‘섬 마을 선생님’ 영화무대인 서해안 이작도 백사장의 해당화도 절경이다. 백사장과 해풍, 그리고 그 자태가 일품인 해당화는 향수 원료로 쓰이고 꽃잎으로 담근 술과 우린 차 맛의 품격도 남다르다.
그렇게 다시 마을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골목 돌담길이 정겹고 호젓하다. 사도와 이웃 섬 추도는 거센 해풍을 막기 위해 돌담을 아주 높게 쌓았다. 특히 추도는 멀리서 바라보면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돌담이 높다. 돌담을 높게 쌓는 섬사람들의 전통은 남해안, 제주도 해안의 전통적 주거양식이지만, 사도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아픔의 뒤안길이 있다. 바로 사라호 태풍 피해다.
1959년 9월 11일, 사이판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14호 태풍 사라호는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을 거쳐 동중국해에 이르면서 우리나라 남해안 섬과 바다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최대풍속 85m/s 폭풍우로 휩쓸고 간 후유증은 전국에 사망・실종자 849명, 부상 2533명, 이재민 37만 3459명의 재해기록을 남겼다.
이 가운데 사도는 어선 30여척과 어민 생명을 잃었다. 태풍은 황금어장을 앗아갔고 섬사람들은 하나 둘 고향을 떠났다. 성행하던 고기잡이 명성도 퇴락의 길을 걸었다. 이런 저런 애증의 역사를 되새기며 파도는 철썩철썩 해안절벽에서 부서졌다. 그 절벽 위 산책로를 걸으면서 이번 사도여행은 아픔 반, 치유 반의 시간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벽 아래 해안선은 둥글둥글 납작납작 바위가 펼쳐졌다. 그 바위 위에 공룡알처럼 생긴 응회암 바윗돌이 곧 바다로 굴러갈 것처럼 서 있다. 해안선의 이런 풍경은 모두 화산폭발 때 생긴 흔적들이다.
사도 해안 일대는 공룡화석지다. 중도로 건너가는 구름다리 사도교 아래는 공룡의 놀이터로 공룡발자국 화석과 물결무늬 화석 흔적이 남아 있다. 사도에서 발견된 공룡은 앞발은 들고 뒷발로 걷는 조각류에서부터 육식공룡, 목이 긴 초식공룡에 이르기까지 화석전시장이다.
공룡과 함께 살았던 나무화석도 잘 보존돼 있다. 문득, 해안절벽 위를 응시하는데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해풍에 흔들리며 씩씩하게 자라는 꽃과 나무들이 나부꼈다. 신비감과 경이로움이 전율했다. 한동안 그 풍경에 빠져 눈길을 떼지 못하는데, 그들이 이방인에게 이렇게 노래하는 듯 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시루섬 일대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총 3546점이다. 사도에서 755점, 추도 1759점, 낭도 962점, 목도 50점, 적금도 20점이다. 특히 사도 시루섬의 84m의 공룡 보행렬 발자국은 국내에서 가장 긴 것으로써 그 보존가치를 매우 높다는 평가다.
중도와 시루섬을 잇는 하얀 백사장.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곡선 형태의 이 해변을 양면해수욕장이라고 부른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 즐기기에 좋다. 섬사람들 밑반찬거리를 보장해주는 곳이다. 바구니를 들고 바다로 나가면 톳, 청각, 돌미역, 돌김, 바지락, 낙지, 해삼, 개불, 고둥 등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몽돌과 바위마다 푸른 파래 등 해조류 등이 나부끼고 맑은 물속에는 고둥과 게, 작은 물고기들의 유영하는 풍경이 선명하게 보였다. 기암괴석의 해안선을 선보이는 시루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0m 길이의 용미암. 유독 푸른색을 띤 바위가 바다에 온몸을 드리우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런 암석해안선에서 문득 제주도 용두암을 떠올렸다. 실제로 겹겹이 층층이 쌓아올린 퇴적층 모양이 닮은꼴이다. 절벽과 해안가에 낮고 넓게 물결무늬로 펼쳐진 바위들은 용머리 해안을 복사판이다. 부안반도 채석강과 적벽강의 너른 바위풍경과 절벽과도 닮았다.
시루섬은 가히 지질사 박물관이다. 섬 입구에 거북바위가 있는데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발명할 때 모티프가 됐던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얼굴바위, 공룡알, 동굴바위, 용꼬리바위, 장군바위, 젖샘바위, 멍석바위 등이 있다.
사도 바닷길걷기 코스는 사도해수욕장~마을~중도~양면해수욕장~거북바위~용미암~중도~해안산책길~공룡테마공원까지 왕복 2km 구간으로 2시간 30분 소요된다.
여수시는 올 1월에 사도와 낭도를 연결하는 인도교 개설을 위한 용역조사를 발주했다. 여자만 의 낭만섬 낭도와 공룡 섬 사도를 연결해 섬 주민생활 편의성도 높이고 남도 섬 여행 명소로 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여수시는 최대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쪽으로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낭도~사도 인도교가 개설되면 여수에서 승용차로 낭도~사도 이동이 가능하다. 2026년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추진 중인 여수시 섬 관광프로젝트에도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도로 가는 길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2회, 백야도에서 1일 6회 운항한다.
문의: 여수시 섬 지원개발과(061-659-3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