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비열도의 날 표지석 제막식 가는 길에 예산 전통사찰 1박2일 템플스테이를 동행취재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산사체험이 어우러진 멋진 체험문화 프로그램이었다.
템플스테이(Temple Stay)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우리나라 전통사찰에 머물면서 사찰의 일상과 불교 전통문화와 수행정신을 체험해보는 것을 말한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 때 외국인 관람객들 숙박시설 부족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외국인 관람객 숙박 문제를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체험을 떠올렸고, 불교계는 국가적 축제에 흔쾌히 동참의 뜻을 밝혔다.
그렇게 2002년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30여 일 동안 1000명의 외국인과 1만 명의 국민들이 산사체험을 시작했다. 스님들은 절을 찾은 1만 1000명에게 숙박, 숙식 제공에 그치지 않고 1700여 년 불교 역사 속의 대표 명상인 간화선 수행과 숲 해설, 역사강좌, 차담회 시간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배려했다. 간화선 수행은 화두를 들은 후 좌선을 하며 깨달음을 얻으려는 참선법을 말한다.
그렇게 월드컵 기간 동안 전국에서 선보인 산사체험은 BBC, CNN, NHK, 뉴욕타임즈 등 전 세계 언론이 집중 보도했고, 지구촌 사람들은 한국 불교와 템플스테이의 독창적인 프로그램과 지극한 친절과 자비실천으로 방문객을 대하는 스님과 신도들에게 찬사와 감동을 보냈다.
월드컵이 끝나고 대한불교조계종은 템플스테이 상설화를 발표했다. 정부도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2009년 OECD 관광보고서는 한국 템플스테이를 전 세계 가장 성공적인 5개 문화콘텐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월드컵 이후 10년 동안 산사체험 여행자가 70만 명, 최근 114개 사찰을 찾은 연중 이용객은 50만명을 넘어선다.
이제 국민들의 일상 속 연중 여행상품으로 자리 잡은 템플스테이는 당일치기 템플스테이 테마 기차여행, 젊은층 대상의 1박2일 만남 템플스테이,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쓰담쓰담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계층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산사에 머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자 특별 만남 템플스테이까지 마련해 20대와 30대 미혼 청춘들에게 절을 만남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수덕사에서 1박2일 동안 마가 큰스님이 주도한 동국대 자비명상 워크샵이 열렸다. 스님과 일반인 등 자비명상 지도사가 주축이 돼 진행한 워크샵은 마가 큰스님의 일체유심조 법회, 동국대 불교대학원 황수경 교수의 자비명상 수행과 공감대화법, 장재열 작가의 일상 속 자기돌봄 프로그램인 마이크로 리추얼 실습, 아침예불, 홍유신 교수와 스님들이 함께 한 사찰 숲 아침 걷기명상, 지석경의 아침요가, 마가 큰스님의 천상천하유아독존 프로그램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마가 큰스님의 천상천하유아독존 시간은 참석자 7명씩 방석에 앉은 후 부처가 되는 체험으로 진행됐다. 마가 큰스님과 스님, 교수, 자비명상지도사 도반들이 앞에 나온 주인공들에게 삼배를 올렸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하늘 위 하늘 아래 나홀로 존귀하다는 뜻.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우주에서 자기 자신보다 더 존귀한 존재는 없다는 의미다. 스님과 도반들은 우주에서 단 하나 뿐인 주인공들에게 삼배를 하고 준비한 선물을 선사했다. 스님도 도반들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눈물을 훔쳤고, 사랑과 자비실천의 넓고 깊은 의미를 깨치는 시간이었다.
글‧사진: 박상건(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