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울창한 숲과 대왕암, 동해안 최초로 불 밝힌 울기등대

동해안 따라 새알처럼 둥글고 까만 몽돌이 늘어선 절경
박상건 기자 2019-12-18 15:14:47

울산지역 해안은 침강해안인 남해안과 융기해안인 동해안을 연결하는 점이지대로 육지가 침강했다가 다시 융기한 해안이다. 동구는 다양한 암석해안과 일부 사질해안으로 이뤄졌다. 암석해안의 대표적인 곳이 울기등대 해변. 해식애가 아주 발달했다. 

이런 해안에서 꼭 필요한 것이 선박의 안전항해를 돕는 등대이다. 그렇게 울산시 동구는 등대 와 그 역사를 함께 해왔다. 1998년 10월 19일 울산시 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된 주전봉수대는 옛날 군사통신수단의 하나로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횃불 신호로 조정에 보고했다. 주전동 봉대산에 세워진 이 봉수대는 조선 세조 때 세워진 것을 2000년도 높이 6m, 직경 5m의 원통형 석축으로 복원했다. 화정천내 봉수대 역시 인근 봉수대와 연락하며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과 각 진영에 알렸다. 

울기등대 가는 길

태백산맥이 마지막 뻗어 내린 끝자락에 깊숙이 들어간 방어진 반도는 기묘한 바위들로 해안선의 절경을 연출한다. 그래서 ‘제2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울산 끝단, 거기에 울기등대가 있다. 등대로 가는 언덕배기는 일산해수욕장을 굽어보는 포인트. 등대로 오르는 비탈을 장수비탈이라고 부른다. 일산해수욕장은 반달형 백사장으로 수질이 깨끗하고 차가운 편이라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축제와 다양한 해양스포츠 등이 펼쳐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일산해변과 함께 손꼽히는 주전몽돌해안은 울산 12경 중 하나. 동해안을 따라 1.5km 해안선에 3~6cm 새알같이 둥글고 까만 몽돌이 길게 늘어져 절경을 자랑한다. 주변에는 노랑바위, 샛돌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주전해안은 남목에서 산허리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데 봄에는 벚꽃터널이 일품이다. 2006년 아름다운 해안선 100선에 선정될 만큼 드라이브 코스로 만점이다. 

대왕교 아래 용이 잠긴 용추수로

대왕암공원에서 울기등대로 가는 길은 650m 울창한 숲길로 이어진다. 150여종이 넘는 나무들이 서식한다. 일본 해군부대가 러일전쟁 때 등대를 중심으로 군대 위치를 숨기기 위해 조성한 숲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해진 것이다. 원래 말을 기르던 목장 터였는데 목장 울타리를 마성(馬城)이라 불렀다. 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성을 쌓았던 것. 

조선 시대에는 나라에서 사용할 말을 기르기 위해 해안가와 섬을 중심으로 200여 개 목장을 설치했는데 부산 영도등대 소매물도 등대도 목장 터였다. 동진마을에서 울기등대로 오르는 동남쪽 기슭을 꽅밭등이라고 부른다. 이 일대는 말의 분뇨로 비옥해진 땅에서 온갖 꽃들이 만발하여 봄이면 울산시 동구 지역의 대표적인 꽃구경 포인트로 꼽힌다. 

대왕암 해변

목장 터에 나무가 우거져 거대한 숲이 되면서 등대는 나무보다 낮아져 6.1m 등대를 50m 거리로 옮기고 24.7m 높이의 촛대모양의 등대를 새로 만들었다. 그 등대 옥상에서 드넓은 바다와 기암괴석을 조망할 수 있다. 

대왕바위는 삼국통일을 완성시킨 신라 문무왕의 왕비가 동해의 호국용이 되어 이 바위로 잠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대왕바위를 줄여서 ‘댕바위라 부른다. 용이 떨어진 곳이라 하여 용추암. 댕바위산 북쪽 벼랑에 용굴이 있다. 이곳에서 일산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울기등대

대왕암과 연결된 울기등대의 구등탑은 1905년 2월 목재로 만들어져 방어진항을 밝혔다. 1906년3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설치돼 현재 장소에 9m 높이의 백색 8각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새로 설치돼 1987년 12월12일까지 80여 년간 사용되었다. 

울산 방어진항은 성어기에 매월 6~7백 척의 어선과 3~4천명의 어부가 드나들 정도로 번성했고 포경업도 발달했다. 등대는 그렇게 어부들의 삶과 함께 했고 등대 건축양식은 구한말 시대 건축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어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 제106호 지정됐다. 

원래 울기 한자어 뜻은 ‘울산의 끝’이라는 뜻의 울기(蔚崎)를 사용했는데, 2005년 8월 10일 문화부의 광복 60주년 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가 추진한 ‘광복60년 바로 알고 바로 잡아야 할 일제문화잔재 시민제안 공모’에서 울기등대 명칭에 일제 잔재가 묻어있다고 해 등대 100주년을 맞아 울기(蔚氣)로 변경했다. 

울기등대는 10초마다 한 번씩 반짝인다. 그 불빛이 가 닿는 거리는 48km. 2004년 12월 등대 해양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체험프로그램도 활성화 되어 있다. 연간 30만 명이 찾는다. 등대체험은 등대시설 견학, 등대원 제복을 입고 기념촬영, 홍보영상물 교육, 해안둘레길 걷기, 시낭송, 음악동호회 공연, 어린이 장기자랑대회, 야외결혼식, 국악공연 등 다양하다. 

울기등대 등대원의 하루는 늘 분주하다. 4명의 등대원은 등대 시설관리, 무인등대 관리, 기상청, 해양조사원, 수산과학원 등에 해양기상관측 자료 전파, 등대체험 숙소 운영, 공연장 운영 등으로 8시간씩 교대 근무한다. 여기에 무인등대로 전환한 화암추등대를 원격 조정하면서 우리나라 동해안 최초의 등대로서 365일 선박의 안전을 돕고 있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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