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어선들 안전한 항해 이정표…고기잡이 어부들 지친 마음 위로
박상건 기자 2022-04-25 11:38:09

아산만 당진시 안섬포구는 서해안 간척 시대의 어제와 오늘, 서해 어촌이 걸어온 길과 관광 대중화에 발맞춰 섬과 포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런 점에서 안섬으로 가는 길은 의미 있는 서해안 포구기행, 등대 여행인 셈이다. 

아산만은 충청남도 아산시·당진시와 경기도 평택시 사이에 있는 만으로 폭이 2.2㎞다. 완만만 해안선을 이루며 바닷물이 밀려와 육지로 휘어드는 전체 폭은 약 40㎞에 이른다. 아산만 수심은 2~3m이고 가장자리는 6∼10m이다. 

안섬

아산만은 우리나라에서 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큰 곳으로 평균 6.1m, 최대 9.6m의 조차를 나타낸다. 조류 유속이 매우 빨라 넓은 간석지가 발달하고 만 안으로 흘러드는 하천도 발달해 안성천·삽교천·당진천과 하천 하구 연안에 안성평야·예당평야 등 광활한 평야가 형성됐다. 

방조제 공사 후 조류가 바뀌고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 간척지는 공장용지 증가로 이어졌다. 그렇게 석유화학, 철강, LNG, 자동차 등 주요 기간산업이 거점이 됐다. 서해안고속도로 건설로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포구마을도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그런 아산만 안에 안섬이 있다. 만 안에 있는 섬이라는 뜻에서 안섬이라고 부른다. 내도(內島)로 불리기도 했던 안섬은 육지와 100m 떨어져 포구와 나루 역할을 하면서 안섬포구로 불렸다. 안섬포구 사람들은 아산만을 건너 우정읍 석천리 남포 나루로 건너다녔다. 

고대리 갯마을

1960년대 제방으로 연결되면서 나루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65년 연륙교가 생기고 1976년연륙교 확장으로 버스도 오가게 됐다. 당시 안섬은 파시가 들어설 정도로 어업이 성행해 아산만의 어업 전진 기지 역할을 했다. 한때는 황해도 앞바다까지 고기잡이를 나갔다. 1973년 88가구의 어민이 살 정도로 어촌이 활성화됐고 상록초등학교 분교 학생은 132명에 이르렀다. 현재 안섬포구를 이용하는 고대리 어촌계는 46세대다. 

그렇게 안섬포구 갯마을은 1970년대 간척 사업으로 어업 구역이 축소되고 마을에 남은 30여 가구 어민들은 굴, 조개, 김 양식업에 종사하거나 육도, 풍도, 장안서까지 먼바다로 조업을 나갔다. 기상악화 때나 조업이 늦어 밤늦게 귀항하는 바닷길은 늘 해난사고가 도사렸다. 그런 열악한 바다에서 가슴을 졸이며 어업 활동을 이어왔던 안섬 사람들.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2006년 12월 안섬포구에 등대를 설치해 어민들 안전항해를 돕기 시작했다. 안섬포구 등대는 대금을 디자인한 것이다. 어선들이 안전하게 항구를 오갈 수 있도록 도우면서 고기잡이 어부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등대는 주변 해양경관과 잘 어울려 여행자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10월이면 방파제 등대 앞에는 태극기가 휘날린다. 개천절과 한글날 등을 맞아 태극기 달기 운동을 통해 나라의 소중함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안섬포구 대금등대

안섬포구 방파제 끝단에 우뚝 선 이 등대는 원형 콘크리트 빨간 원통형 구조다. 내부는 은은한 음향 시스템을 마련했다. 등대 높이는 7.5m, 대금을 닮아서 대금등대, 안섬포구에 설치돼 안섬포구등대, 짙은 빨간색을 사용해 새빨간등대 등으로 불린다. 공식명칭은 고대리항방파제등대다. 해도에서는 고대리 항로에 해당한다. 

이 등대는 밤이면 홍색 불빛을 4초마다 한 번씩 깜박이며 고대리항을 11km 떨어진 바다에서 행해자가 식별할 수 있다. 고대리항방파제등대는 그렇게 선박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면서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안섬포구는 작은 어항이지만 등대 앞바다는 대형 LNG선, 군함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선박들이 평택당진항을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구 주변은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거나 갯벌체험, 선상낚싯, 보트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포장마차 형태의 맛집 거리가 조성돼 소라무침, 간재미회, 할어회, 바지락칼국수, 박하지, 낚지, 꽃게 등 다양한 요리의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포장마차 거리 뒤편이 옛 한보철강, 현재의 현대제철이다. 

안섬포구 휴양공원

방파제 등대 앞으로 안섬 휴양공원이 보인다. 전망 좋은 바닷가에 위치해 바다산책과 야외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바닷새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일출과 일몰 포인트이다. 주차장 시설이 넉넉하게 갖춰져 있고 오른쪽 제철소 관리부두 쪽 해안도로는 차박 장소로도 입소문을 타는 곳이다. 휴양공원 위 언덕 위에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휴양공원을 돌아 관리부두 쪽으로 가는 길목에 안섬 당산이 있다. 갯마을 사람들이 풍어제를 지내는 풍어제당이다. 안섬에서는 매년 새해 아침에 당제가 열리는데 충남무형문화제 제35로 지정됐다. 

당제는 서해안 어촌마을의 공동체 신앙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행사다. 안섬당제는 400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마을 당산에서 수호신에게 풍어와 고깃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당제는 정월에 첫 길일을 택하는데 다섯 번째 간지인 용을 상징하는 날에 당제를 올리고 본제, 당굿, 뱃고사, 거리굿, 지신밟기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언덕 너머 마을 골목에는 옛 포구와 나루 풍경의 벽화를 만날 수 있고 마을 입구에 안섬풍어당굿전수관이 있다. 

풍어제 벽화

해안도로를 따라 당산을 돌아서면 동부제철 쪽 부두다. 안섬포구에서 바라보면 팔각정과 빨간등대가 보이는 방향인데 부두에는 빨간색 등대와 2기의 녹색등대가 있다. 빨간색 등대는 고대리항 관리부두등대로 불린다. 등대 높이는 12m이고 밤에는 황색 불빛을 6초마다 한 번씩 반짝이면서 13km 떨어진 바다에서도 부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녹색등대의 공식 명칭은 평택·당진항 동부당진항만B호등대. 관리부두는 고대지구 국가산업단지, 한진부두, 현대제철 등 일대와 연결돼 있다. 관리부두는 일반인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관리부두에는 당진항 항만운영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해양항만청 출장소, 세관·출입국관리·검역기관 등 항만 기관과 항만·물류 기업체가 입주해 있다. 

풍어제당

안섬포구 일대는 1995년 한보철강 부두 건설을 시작으로 산업항만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후 당진·평택항 물동량 1억 톤 이상을 처리하면서 국내 5대 항만으로 성장했다. 특히 당진항은 철강클러스터를 지원하는 특화된 항만으로 철강 관련 물동량에서 전국 1, 2위를 다툰다. 

안섬포구 등대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 남부터미널~당진버스터미널~232, 260, 262, 265, 310, 312, 316번 버스 고대리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송악IC~고대부곡방향 직진~38번 국도~부곡국가공단입구~동부제강 입구~안섬(내도리)이정표~안섬 코스. 경부고속도로~천안, 평택IC~아산~삽교~한진‧고대‧부곡방향~부곡국가공단 입구~동부제강~안섬 코스다. 문의: 당진시 관광기획팀(041-350-3590)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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