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바닷물에 출렁이는 항일구국운동의 성지 ‘소안도’

한규택 기자 2024-02-29 16:34:34
내일은 제105주년 3.1절이다.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항일 구국의 발자취는 아우내장터 같은 육지에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외세의 침략을 가장 먼저 받으면서 저항한 곳은 단연코 섬이었다. 우리나라 어느 섬이든 식민지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멀리 남쪽바다에서 시퍼렇게 부서지는 거센 파도같은 일본제국주의에 당당하게 맞서며 지켜온 섬이 있다. 바로 일제 암흑기에 항일운동으로 전국의 면 단위로는 가장 많은 89명의 애국지사를 낳은 항일운동의 성지 전남 완도군 소안도다.

소안도 담수호에 띄워진 친환경 부표 태극기 조형물(사진=완도군 제공)


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7.8㎞ 지점에 있다. 소안도는 본섬 소안도, 부속섬 구도, 당사도, 횡간도로 구성돼 있다. 본래 남쪽과 북쪽 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너비 500m, 길이 1.3㎞ 사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섬 면적은 23.16㎢, 부속 섬까지 포함하면 면적이 28.55㎢로 늘어난다. 해안선 길이는 42㎞. 최고봉은 350m의 가학산이다. 주위에 부흥산(227.9m), 대봉산(337.6m)등 기복이 큰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동쪽에 반도처럼 돌출돼 곳곳에 소규모 돌출부가 바다 쪽으로 뻗어있다. 마치 호랑이 발톱처럼. 동쪽과 남쪽 해안은 암석해안이 대부분이고, 중앙의 사주와 북쪽 해안에는 간석지가 펼쳐져 있다. 해안선을 타고 바닷길을 걷다보면 신비의 해안풍경이 일품이다.

소안도는 제주를 오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에 위치한다. 소안도(所安島)라는 이름은 제주권을 벗어난 바다가 워낙 거칠고 험했기 때문에 뱃사람들은 이곳 섬에 도착한 후에야 비로소 안심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또 섬 주민들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기개가 용맹하므로 외부인들로부터 침범을 받지 않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람들이 100세까지 살기 좋은 곳이라 해서 소안도라 했다고도 한다.

해안선이 호랑이 발톱처럼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소안도(사진=섬문화연구소DB)


소안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때 동복오씨와 김해김씨가 처음 월항리에 입도하여 월항리 거주지를 마련하면서부터로 알려진다. 임진왜란 후 본격적으로 인구가 늘어났고, 그때부터 주민들은 자치 방위대를 조직해 운영할 정도로 자주적이고 패기에 찬 기상을 지녔다. 일본 강점기에 투옥과 순직의 주민들이 늘면서 항일의 섬, 해방의 섬으로 그 명성을 이어왔다. 1920년대에 6천여 주민 중에 800명이 ‘불령선인’(일제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조선인)으로 지목될 만큼 항일운동이 드세게 일어난 곳이다. 마을 사람이 감옥에 갇히면 감옥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여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것이 소안도 사람들이었다. 

소안항에서 섬 안으로 가는 길은 바다 위로 펼쳐지는 일곱 굽이 해안도로. 섬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조형물은 비자리 소안항일운동기념탑이다. 1990년 소안도 사람들이 일본으로부터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성금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후 국책사업으로 항일운동 성지 복원 및 공원으로 거듭나 청소년 역사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탑은 검은 돌과 하얀 돌이 어우러졌고 높이는 8m 폭 4m이다. 검은 돌은 일제탄압을, 햐얀돌은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세 갈래로 솟아오른 탑은 일본에 대한 강렬한 저항을 상징한다.

소안항일운동기념탑(사진=섬문화연구소DB)


항일의 성지 소안도의 또 다른 명물은 소안도 담수호에 띄워진 친환경 부표 태극기 조형물이다. 완도군은 지난 2020년 9월에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시키고 깨끗한 바다가꾸기 운동을 전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 부표 태극기 조형물을 설치했다. 태극기 규격은 가로 18m, 세로 12m의 그물(216㎡)에 2,420여 개의 친환경 부표를 부착․제작했으며, 소안항 주변 바닷물 담수호에 설치했다. 태극기 이미지는 하얀 바탕색은 1,630개의 부표를, 태극 문양은 빨강 318개, 파랑 318개, 건․곤․감․리 괘는 158개의 검정색 부표를 하나하나 그물에 매달아 연출했다. 소안도는 모든 가정에 365일 태극기를 게양하는 섬으로도 유명하고, 완도 화흥포항과 소안도를 하루 12차례 오고 가는 3척의 여객선 이름또한 ‘대한민국만세’를 의미하는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명명되어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이 소안도를 항일운동의 성지로 만드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당사도등대’다. 1909년 1월 최초로 불을 밝힌 당사도등대는 매일 밤 20초에 한 번씩 약 42km 떨어진 바다까지 불빛을 비추며 뱃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1909년 2월 소안도 주민과 의병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에 대항하여 당시 일본인이 운영하던 등대를 습격하는 의거를 일으켰고, 이는 향후 인근 소안도, 신지도 등의 지역에서 전개되는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등대 앞마당에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항일전적비를 세워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사도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DB)


빛나는 항일 구국운동의 발자취를 간직한 소안도를 응시하며 남해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제105주년 3.1절이다.

섬TV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몰디브, 보라보라, 발리......’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섬들이다. 이곳에는 무성한 야자수와 금가루 같은 백사장, 그리고 돈 많은 관광객이 있다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日・中, 우리바다 넘본 이유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인 해양민족이다. 늘 푸른 바다, 드넓은 바다, 3000여 개가 넘는 섬들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해양사가 기록되고 해양문화가 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등대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등대

화성시 전곡항은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시화호 이주민을 위해 조성한 다기능어항이다. 항구는 화성시 서신면과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가 건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섬포구 등대

아산만 당진시 안섬포구는 서해안 간척 시대의 어제와 오늘, 서해 어촌이 걸어온 길과 관광 대중화에 발맞춰 섬과 포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

군산시 옥도면 무녀도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신시도에서 고군산대교를 지나면 무녀도다. 무녀도는 선유대교를 통해 선유도와 장자도와 연결돼 차량으로 고군산군도를 여행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7) 푸른 하늘, 푸른 잎의 미학

봄이 왔다. 푸른 하늘이 열리는 청명을 지나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곡우를 앞두고 봄비가 내렸다. 농어촌 들녘마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나 올 농
(7) 떠나가고 싶은 배

(7) 떠나가고 싶은 배

코로나로 모두가 묶여 있은 세상. 떠나고 싶다. 묶인 일상을 풀고 더 넓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 저 저 배를 바라보면서 문득, 1930년 내 고향 강진의 시인
(6) 호미와 삽

(6) 호미와 삽

소만은 24절기 가운데 여덟 번째 절기다. 들녘은 식물이 성장하기 시작해 녹음으로 짙어진다. 소만 무렵, 여기저기 모내기 준비로 분주하다. 이른 모내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의 총무, K의 전화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모처럼의 통화였지만 K의 목소리는 어제 만나 소주라도 나눈 사이처럼 정겨웠다. &ldqu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제도 <7>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크고 제일 어린 섬이다. 빅 아일랜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른 하와이의 섬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의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