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팔미도등대, 점등 120주년 맞아 다시 불 밝힌다

한규택 기자 2023-01-24 09:43:37

팔미도는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15.7㎞ 해상에 떨어진 작은 섬이다. 팔미도는 모래가 파도에 퇴적하여 생긴 사주(沙洲)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다. 여덟 팔(八)자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팔미도라고 부른다. 여덟 갈래의 뱃길이 열려 있어 팔미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여러 선박은 팔미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항로를 따라 인천항을 오간다.

팔미도 최초등대와 돌담을 낀 새로운 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DB)

팔미도는 우리나라 최초 등대섬이고, 식민지와 침략, 해방과 분단의 아픔으로 버무려진 질기고 쓰디쓴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를 상징한다. 예나 지금이나 팔미도는 인천항의 관문으로 가는 바닷길의 중요한 섬이다. 1883년 개항한 인천항은 대한민국 수도의 관문이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위해 우리에게 등대 설치를 강요했고 그렇게 1903년 6월 1일 높이 7.9m, 지름 2m의 팔미도 등탑에 최초로 불을 밝혔다. 팔미도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이다. 19세기 말 우리나라를 넘보던 열강들은 앞다투어 인천항에 자국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고 팔미도등대는 그런 침략의 이정표였다.

팔미도등대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맥아더 사령관이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 극동군사령부가 운용한 한국인 특수부대인 ‘켈로(KLO)부대’가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팔미도를 탈환한 수 등대 불빛을 밝혀 유엔군 상륙함대를 유도함으로써 한국전쟁의 전세를 바꿔놓은 역사적·상징적 등대다.

팔미도등대 야경(사진=섬문화연구소DB)

팔미도는 군사적 요충지에 위치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다가 지난 2009년 ‘인천방문의 해’를 맞아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해군, 인천광역시가 협의하여 민간에 개방했다.

팔미도등대 舊등대는 등탑 높이 7.9m로 운영되다가 2003년 12월 인천항 운항 선박의 증가와 팔미도의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으로 인해 등탑 높이 26m로 신축되었으며 舊등대는 역사·건축적 가치가 높아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0호, 등대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현재의 팔미도등대는 높이 26m, 전망대, 100주년 기념 상징조형물(천년의 빛),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기준국 등의 시설과 첨단장비를 갖추고 2003년 12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등명기 불빛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프리즘렌즈 대형 회전식등명기로 50km까지 비추며, 10초에 1회씩 번쩍인다.

반경 50km를 비추는 '등대의 심지' 등명기(사진=섬문화연구소DB)

이런 역사적인 팔미도등대가 점등 120주년을 맞아 오늘 6월 1일에 다시 불을 밝힌다. 시설 노후화에 따라 점등 100주년을 맞은 2003년 운영을 중단했던 팔미도등대가 다시 불을 박히는 것은 점등 110주년 이벤트 때인 2013년 이후 10 년만이다.

인천해수청은 올해 팔미도 등대 점등 120주년을 맞아 초등학생 60명을 대상으로 등대원 업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일 등대장'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전국의 아름다운 등대 사진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준비해 시민들에게 등대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팔미도등대와 바닷가에 위치한 등대역사관(사진=섬문화연구소DB)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등대는 단순히 불빛만 밝히는 시설이 아니며 관광자원 등으로 지금은 복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며 "팔미도등대 점등 120주년을 맞아서 등대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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