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오륜기 모양 참다랑어 양식장…삼여도・펠리칸 등 바위섬 풍경
박상건 기자 2021-08-03 07:38:40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약 32km 거리인 통영시 최남단 섬이다. 섬 면적은 14.5㎢, 해안선 길이 31.5km. 섬에는 1984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유인도 9개, 무인도 30개 등 39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모여 있다.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산다. 한때 어업전진기지였으나 일부 구릉지를 일궈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는 다양한 양식업을 주로 한다. 

욕지도 여객선

구릉지의 비탈진 돌밭 황토에서는 호박고구마와 귤이 생산된다. 고구마는 전국으로 널리 판매되는 욕지도 명물이다. 욕지감귤은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가 1950년 욕지도를 방문해 감귤 재배 적지라고 판단해 묘목과 기술을 도입하면서 섬사람들이 욕지감귤을 본격 재배하기 시작했다. 욕지감귤은 통영시 38개 학교급식 농산물로 공급된다. 껍질이 얇고 산도와 당도가 높아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구릉지에서 땅두릅, 상황버섯도 재배된다. 무공해 초원지대에서는 흑염소, 사슴, 황소 등을 방목하기도 한다. 

바다에서는 김과 굴 양식업이 활발하다. 해안일주도로는 17km에 이르는데 리아스식 해안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그 아래로 바다에 펼쳐지는 섬, 양식장, 어선들 풍광은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다. 불현듯 올림픽 오륜기가 그려진 바다는 참다랑어(참치) 양식장이다. 

참다랑어 양식장

2007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참다랑어 가두리양식장은 남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북상하던 참치가 욕지도 해상에 나타났고, 이때 바다에서 잡은 새끼 참치 400여 마리를 양식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일본에서 수입해 먹던 우리도 국산양식어종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가두리 양식장은 지름 25m 깊이 20m. 참다랑어는 고등어와 전갱이, 오징어 등을 던져주면 원형가두리 안에서 무리를 지어 회유하면서 머리를 수면으로 들어 올리며 민첩하게 먹이를 받아먹고는 수심 깊이 사라진다. 

욕지도는 본디 ‘사슴 록’자를 써서 욕지도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지명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욕지항 안에 작은 섬이 거북이 모양으로 목욕하고 있는 것 같다하여 ‘욕지’라 불렀다는 설과 유배지 섬이어서 많은 인물들이 욕된 삶을 살았다 해서 ‘욕지’라 일컬었다는 설이다. 

욕지(欲知)는 “알고자 하거든”라는 의미도 있다. 무언가 알고자, 무언가를 찾고자하는 하는 사람들, 욕지도 사람들이 살아오는 모습을 닮았다. 그러니 살면서 한번쯤 나를 찾아 떠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싶다면 욕지도가 의미를 부여해주는 섬인 셈. 

삼여도 펠리칸

욕지도는 바위섬이 많고 굴곡진 해안선으로 인해 어종이 풍부하게 서식한다. 사계절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이유다. 주요 어종은 감성돔, 농어, 흑돔, 돌돔, 도미, 볼락. 1~2월에 참돔, 감성돔, 3월에는 농어, 흑돔, 돌돔 6월부터 가을 사이에는 도미,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 인근 해금강과 도장포, 구조라, 추봉도, 사량도 바다로 나가도 30~35㎝급 감성돔, 참돔, 벵에돔이 걸려든다. 

해안도로 여행길에 바다를 바라보면 여러 바위섬을 만나는데 그 중 삼여도는 ‘세 여인의 섬’이란 뜻이다. 용왕의 세 딸이 900년 묵은 이무기로 변한 젊은 총각을 사모하자 용왕이 노해 바위로 만들었다는 전설의 섬이다. 

그 왼편으로 펠리칸바위가 있다. 부리가 긴 펠리칸이 먼 바다를 향하여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상노대도는 욕지도에 소속된 섬 중 아주 큰 유인도로 선사시대 조개더미 유적들이 연이어 발굴됐다. 풍란과 동백, 모밀잣밤나무가 자생한다. 

좌사리도등대(사진=마산해수청 제공)

욕지도는 섬과 바위들이 많아 곳곳에 무인등대가 세워져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고 있다. 특히 작은 바위섬으로 이뤄진 좌사리제도 남쪽 섬 정상에 좌사리도등대가 있다. 좌사리도등대는 지난 1983년 8월 새로 새워져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크고 작은 선박, 조업하는 어선들에게 암초 등 위험한 뱃길의 지표 역할을 해준다. 이 등대는 백색 8각형철근콘크리트 조형물로써 등대 높이는 18m, 해수면으로부터는 58m에 이른다. 밤에 16km 해역까지 불빛을 비춰준다. 

욕지도해변은 여행 쉼터로도 안성맞춤이다. 북쪽 해안선에 동그랗게 자리 잡은 덕동해변은 해수욕장으로 이름 난 곳. 300미터 가량의 까만 몽돌해변에 파도가 밀려오고 부서지는 모습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여름철이면 해수욕을 즐기면서 앞바다에서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유동해안 낚시배

유동해변은 ‘몽돌깨’라고 부르는 해수욕장. 해양수산부가 ‘2005년 아름다운 어촌 100선’으로 선정한 곳이다.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돼 있고 앞서 말한 참다랑어 가두리 양식장이 있다. 또 최숙자, 윤지영 두 모녀가 암 치료를 위해 전국을 떠돌다가 일일이 돌을 깨서 물로 반죽하여 지은 에덴동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유동마을 끝단에 위치한 이곳은 여러 방송사에서 소개되기도 한 욕지도 새로운 명소가 됐다. 

욕지도 서쪽 해안의 도동해변은 규모가 조금 작은 까만 몽돌로 이뤄진 해수욕장이다. 넓은 몽돌해변과 해안 절벽이 장관이고 소나무 숲이 한데 어우러져 해수욕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앞 바다에서 낚시하기도 좋고 배를 타고 인근 섬을 둘러보는 뱃놀이 코스로 제격이다. 바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다양한 바위 모양과 욕지도 해안선을 감상하기에 좋다. 

욕지도항

노적해수욕장, 통단해수욕장, 흰작살해수욕장 풍광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여객선이 욕지도로 입할 때 첫 마을인 자부마을은 수려한 색채로 꾸며진 해안마을이다. 욕지도 황토밭을 연상시키듯 오렌지색깔이 마을지붕들이 눈길을 끈다. 벽과 담장은 흰색인데 푸른 바다, 천연기념물인 초록빛 메밀잣밤나무숲과 어울리는 산뜻한 색채다. 

통영시 관계자는 “욕지항에 입항할 때 가장 먼저 보이고 욕지도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면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자부마을이 기억에 남고 머물고 싶은 섬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욕지도는 섬 산악인과 걷기 동호회원들의 발길도 연중 이어지고 있다. 선착장에서 야포마을까지 이어지는 3km 해안도로는 어촌마을 풍경을 즐기는 매력만점의 걷기구간이다. 본격적인 등반은 약 12km에 이르는 코스. 망대봉 코스는 2시간 소요되는데, 부두~아포~일출봉~망대봉~노적~혼곡~부두, 천황봉 코스는 2시간 소요시간 되는데 부두~새천년기념탑~마당바위~대기봉~태고암~부두 등이다. 전체 코스는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데 부두~일출봉~망대봉~할매바위~대기봉~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 구간이다. 

삼덕항

욕지도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의 경우 고속버스는 서울~통영, 승용차는 통영으로 갈 경우 통영시 원문검문소~시내간선도로~산복도로~내간선도로~통영여객선터미널, 삼덕항으로 갈 경우 통영시 원문검문소~시내간선도로~충렬사 입구~통영대교~미수·산양읍 방면~산양읍 삼덕항에서 배를 탄다. 배편은 통영항에서는 1시간 30분소요, 삼덕항에서는 50분 소요된다. 문의: 욕지면사무소(055-650-3580)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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