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울릉도 개척 어촌과 오징어잡이 불 밝히는 등대이야기

도동등대, 성인봉 저동항 등 전망포인트이자 해양문화공간
박상건 기자 2019-12-24 15:43:53

울릉도는 3무(無), 5다(多)의 섬이다. 도둑, 공해, 뱀이 없고 물과 돌, 바람, 향나무, 미인이 많다는 뜻이다. 

도동항 오징어배와 덕장(사진=섬문화연구소)

경상북도 울릉군 소재지 섬인 울릉도는 묵호에서 161km, 포항에서 217km 거리에 있다. 육지와 최단거리는 경북 울진 죽변항에서는 130.3km 거리이다. 섬 면적은 72.91㎢, 해안선 길이는 64.43km이다. 독도와 87.4㎞ 떨어져 있다. 유인도가 4개, 무인도가 40개이다. 2019년 7월 현재 5,500세대에 9,802명의 사람들이 거주한다. 

묵호항에서 승선한 쾌속선에는 중고등학교 수학여행팀과 계모임, 산악회, 독도로 궐기대회 가는 단체 등 다양한 여행객들이 함께 했다. 해안을 벗어나자 벌써 파도가 동해바다의 위엄을 자랑했다. 멀미약을 꺼낸 사람, 고개를 푹 숙인 채 배를 웅크려 쥔 사람들이 보였다. 울릉도로 가는 길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여정이다. 

도동항에 다다랐다는 뱃고동소리가 울리고 구리빛 어민들이 여행객들을 맞았다. 오징어 배와 오징어 덕장, 오징어 굽는 리어카들이 한눈에 들어선다. 울릉도를 함축한 장면이다. 

학생들은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펴고 만세를 불렀다. 멀미를 극복하고 무사히 도착했다는 뜻이다. 계모임 아주머니들은 ‘울릉도 트위스트’를 지그재그 엉덩이춤을 췄다. 코믹한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의 울릉도트위스트는 교통편이 열악하던 시절에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던 청룡호의 탑승 경험을 그린 것이다. 밤에 출발하면 아침에 도착하던 시절에 배 멀미는 당연지사였다. ‘울렁’이란 단어를 울릉도에 대비시킨 노래이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울렁울렁 울렁대는 울릉도길/연락선도 형편없이 지쳤구나./어지러워 비틀비틀 트위스트/요게 바로 울릉도” 

오징어와 이웃사촌 격인 울릉도 호박엿. 지금은 간식거리지만 그 시절에는 굶주림을 달래주던 음식이었다. 세월이 변하면서 호박막걸리가 등장해 여행객 취향도 살렸다. 울렁대는 도동항을 빠져나와 해안기행에 나서는데 저만치 홀로 걷는 중년의 여인이 보였다. 울릉도 여행객은 대부분 단체 관광객이지만 이처럼 홀로 걷기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행남 해안산책로(사진=섬문화연구소)

도동항만 빠져나오면 시계가 멈춘 듯 적막함 섬이 울릉도다. 남성적 산세와 역동적인 동해바다는 여행자에게 큰 에너지원이다. 공기 역시 티 없이 맑다. 천혜의 울릉도 풍경을 요약해주는 것이 울릉8경이다. 해질녘이면 출항하는 오징어배의 출어행렬 도동모범(道洞模帆), 오징어잡이 배의 화려한 등불 저동어화(苧洞漁火), 사동하늘에 뜨는 달을 가리키는 장흥망월(長興望月), 겨울철 달밤 남양의 설경을 일컫는 남양야설(南陽夜雪), 석양에 출렁거리는 바다의 낙조의 향연 태하낙조(台霞落照), 생명의 무한한 힘을 일컫는 추산용수(錐山溶水), 절경에 취하고 단풍에 반한 나리분지의 단풍 풍경 나리금수(羅理錦繡), 대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알봉의 불타는 단풍, 알봉홍엽(紅葉) 등이 8경이다. 

울릉도 여행기는 울릉도 동쪽 도동등대와 반대쪽 풍경인 울릉도등대(태하등대)로 나눠 싣는다. 8가지 풍경 중 울릉도 도동항과 저동항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도동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도동항에서 왼편 해안가는 깎아지른 해안선을 따라가는 행남해변산책로이다. 울릉도는 자동차가 다니는 해안일주도로가 있지만, 이곳 행남해변산책로는 사람만이 다니는 해안길이다. 오르락내리락 해안 길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파도와 가마우지의 자맥질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길은 이따금 바위 굴속으로 휘어지다, 푸른 바다가 환하게 펼쳐진다. 신비의 파노라마이다. 

적당한 거리에 간이횟집이 있다. 울릉도에는 가두리 양식이 없음으로 당연히 자연산 전복, 소라, 성게 등이다. 홍합국, 몰국을 시원하게 마시며 더위를 잊을 수 있다. 홍합밥과 따개비밥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이 일대가 용궁이라는 산책로 구간이다. 

바위로 이어진 오솔길을 가다가 천연 자연동굴을 나오고 다시 바닷길로 열린다. 강태공들이 낚시에 여념이 없다. 울릉군이 인정한 갯바위 낚시구간. 구경해도 좋고 직접 체험해도 좋다. 울릉도 바다는 해양생물이 많이 자란다. 다이버와 수중 촬영가들이 즐겨 찾는 섬이다. 울릉도는 독도와 똑 같이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역이다. 

저동으로 가는 등대 아래 해안산책로(사진=섬문화연구소) 

바다 속에는 부채 뿔 산호와 백 산호(백송)가 많이 자라고 형형색색의 말미잘 종류도 많이 관찰된다.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연 산호 종류도 군락을 형성하여 서식한다. 갯바위에서는 제주도 특산물인 다금바리와 제주옥돔이 많이 잡힌다. 

해안 산책로 중턱에 약수터가 있다. 지천에 해국과 들꽃이 피었다. 다시 몽돌해변으로 이어진다. 여행객들이 정성들여 쌓은 몽돌 탑들도 이색풍경 중 하나이다. 몽돌해변 해조음을 감상한 후 우측 산길로 접어들면 행남 마을이다. 도동과 저동 사이 해안을 낀 촌락으로 울릉도 가장 동쪽 마을이다. 겨울에도 살구꽃을 볼 수 있다는 마을이다. 마을 어귀에 큰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던데 연유해 살구 행(杏)자를 써서 행남(杏南)이라고 불렀다. 이 섬 끝을 행남말(末)이라고 부른다. 

시누대 숲 터널을 지나면 털머위꽃 군락지와 솔숲이 이어지고 그 ‘행남말’에 동백꽃처럼 붉게 불 밝히고 선 도동등대가 있다. 행남 마을에 소재하여 ‘행남등대’로 불리기도 한다. 등대는 108미터 절벽 끝에 서 있다. 등대는 기암괴석의 절벽 위에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등대 바로 앞이 저동항과 망망대해이고 뒤로는 성인봉이 펼쳐진다. 

도등등대는 1954년 12월 19일 불을 밝혔다. 당시는 백색원형 철탑조로 25m 높이였고 해수면으로부터 202.5m에 세워졌다. 맨 처음에는 아세칠렌 와사등으로 10초에 2번씩 불빛이 반짝였던 등대 불빛이 15리 정도에 불과했다. 

등대에서 바라본 성인봉(사진=섬문화연구소)

그러던 도등등대는 1979년 6월 23일 백열등을 설치하고 유인등대로 전환됐다. 9.1m 등탑은 22m로 높아졌고, 흰색 원형 등탑에 최신형 등명기를 220V-700W KRB-375 신기종으로 교체했다. 14초마다 반짝이던 불빛은 12초에 한 번씩 불빛이 터졌다. 불빛이 도달하는 거리도 33km에서 48km로 넓어졌다. 안개 끼면 울리는 음파표지인 전기혼은 60초마다 1회씩 울리고 그 소리가 도달하는 거리는 약 5km. 

도동등대는 2007년 7월 23일 사무실과 함께 시민을 위한 해양문화공간으로 새로 단장했다. 등탑 앞 건물 2~3층에는 울릉도 주민과 여행객을 위해 휴식공간과 홍보전시관을 마련했고, 등대 주변에는 야외공원과 전망대를 조성했다. 저동항을 내려다보는 전망 포인트이다. 

저동 마을은 성인봉 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마을은 울릉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자 개척 주인공이 집단으로 머문 마을이다. 그 시절에 마을 사람들은 성인봉의 나무를 베어서 어선을 만들고 나무속을 파내 옥수수를 저장했다. 산나물과 약초를 캐고 깍새를 잡았다. 깍새는 바닷가나 바위에 알을 낳는 갈매기인데 그 알을 주워 양식으로 삼았다. 깍새는 갈매기처럼 바닷물에도 놀기도 하고 산에서도 서식했던 탓에 숲에 알을 낳곤 했다. 

주민들은 울릉도 대명사인 오징어를 잡기 위해 저동항을 빠져나와 죽도와 독도 앞바다를 오갔다. 밤바다 오징어잡이 풍경은 울릉도 8경 중 으뜸이다. 이를 저동어화(苧洞漁火)라고 부른다.

해안가 강태공(사진=섬문화연구소)

오징어 배들은 도동등대 불빛을 받아 봄철에는 한치, 여름에는 오징어잡이를 하며 살아간다.

저동항의 촛대바위는 효녀바위라고도 부른다. 저동의 한 노인과 효녀의 전설이 서린 바위이다. 아내와 사별 후 딸과 살던 노인은 작은 배 한 척과 텃밭 재산이 전부였다. 겨울 양식은 옥수수뿐인데 흉년으로 인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야만 했다. 딸은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하자 파도를 어렵게 헤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갔지만 지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우뚝 선 돌이 되었는데 그것이 촛대바위라는 전설이다. 

저동 앞바다에는 죽도, 관음도, 섬목도가 있다. ‘죽도’는 여행자들이 한번 곱씹어 봐야 하는 섬이다. 일본이 독도를 죽도(다케시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일본이 죽도라고 부르는 독도는 애당초 독도였고 바로 이 울릉도 죽도를 잘못 알고 있다는 역사적인 논박이 가능한 섬이다. 

우리나라에는 죽도라는 섬이 20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 대나무가 우거졌고 일제 때 죽창을 만들어 대항했던 섬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반면 화산섬 독도에는 대나무 자체가 없다. 풀 한포기 제대로 자라기 힘든 섬이다. 

저동 왼쪽에 일출전망대 가 있다. 석포마을까지 트레킹 코스로도 이어진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고 중간께 땀을 씻을 수 있는 정매화곡쉼터가 있다. 석포마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관음도가 정면으로 보이는 선창마을이다. 아주 아름다운 해안절경이다. 선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현포마을까지 이런 절경을 감상 할 수 있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20여분 더 걸으면 조선 태종 때 공도정책 실시 이후 울릉도 개척민이 처음 도착했던 천부마을. 천부항 방파제에서 보는 일몰이 멋지다. 그리고 지척에 송곳처럼 뾰족한 송곳봉이 웅장하게 버티고 섰다. 서서히 기울어가는 노을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 여정을 갈무리하면 좋다. 문의: 울릉군 관광문화체육과(054-790-6393)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박상건(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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