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와 풍경이 있는 삶] 박상건, ‘큰가시고기’

[시와 풍경이 있는 삶] 박상건, ‘큰가시고기’

암컷이 유속에 흔들리며 수초 물어 나르기에 분주하다 그렇게 수초 둥지에 알을 낳고 죽어간 빈자리에 수컷이 밤낮없이 흰 지느러미를 흔들어 쌓는다 물살에 뒤틀리면 돌멩이에 몸을 걸치고 다시금 부화를 위해 줄창진 저 지느러미의 부채질 20여 일을 꼬박 밤새워 흔들어 쌓던 지느러미가 파랗게 멍들어 숨을 멈추던 날 수초더미에서는 가시고기 새끼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 치
박상건 기자 2020-08-14 09:15:42
[김충호 화백의 화폭의 섬] (1) 섬이란 무엇인가

[김충호 화백의 화폭의 섬] (1) 섬이란 무엇인가

강진 벌판과 마량 포구가 펼쳐진 강진은 나의 고향이다. 누군들 고향이 그립고 정겹지 않으련만 특히 내 고향 고향의 섬 풍경을 바로고 있노라면, 인간의 원초적인 터전은 섬이고, 섬은 인간의 그리움으로 뿌리 내린 원초적인 고향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섬으로 떠난다. 글・그림: 김충호(서양화가. 한국미술협회 강진지부장)
김충호 기자 2020-08-10 16:35:02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서정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서정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아버지는 새 봄맞이 남새밭에 똥 찌끌고 있고 어머니는 어덕배기 구덩이에 호박씨 놓고 있고 땋머리 정순이는 떽끼칼 떽끼칼로 나물 캐고 있고 할머니는 복구를 불러서 손자 놈 똥이나 핥아 먹이고 나는 나는 나는 몽당손이 몽당손이 아재비를 따라 백석 시집 얻어보러 고개를 넘고 - 서정춘,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전문 한국적 토착정신이 시에서조차 사
박상건 기자 2020-07-26 09:21:30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오세영, 7월’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오세영, 7월’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 오세영, ‘7월’ 전문 바다는 한 번은 비워내고 비운 만큼 채운다. 그렇게 썰물과 밀물이 공전하며 수평을 이룬다. 때로 해풍에
박상건 기자 2020-07-19 16:20:05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서정춘, ‘죽편・1’

[시와 풍경이 있는 삶] 서정춘, ‘죽편・1’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 서정춘, ‘죽편(竹篇) 1-여행’ 전문 시란 본디 짧은 형식이지만 서정춘 시인의 시는 짧으면서 강한 울림이 있다. 메시지는 서정적 가락을 타고 풍경화로 연출된다. 숱한 사연들이 한 매듭 한 매듭 맺고 비워지면서 성장하는 대나무는 비운만큼 더 높은 하늘로 푸른 꿈을 키
박상건 기자 2020-07-03 09:07:37
[시와 풍경이 있는 삶] 박상건, ‘산길이 나무 위로 길을 낼 때’

[시와 풍경이 있는 삶] 박상건, ‘산길이 나무 위로 길을 낼 때’

도봉산에서 사패산 잇는 능선은 온통 빙판이었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바위 사이에 어깨 기대지만 니스 칠처럼 얼음 반지르르 깔아 무심한 화성암(火成岩) 바람에 식히고 언 마그마 위에 햇살 쨍그랑 깨진다 망월사 종소리 등성이 굽어 내려가고 발 시린 눈발이 참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 산길을 댕겨 쌓는다 눈길 찍은 자리 밤새 아픈 상처를 빙판으로 다독였을 산길
박상건 기자 2020-01-10 09:33:47
[여행 에세이] 하이난의 날들

[여행 에세이] 하이난의 날들

내 책상 위에는 평소 내가 마음의 표지로 삼고 있는 어떤 구절과 어떤 사진과 어떤 영화 포스터가 하나씩 붙어 있다. 마음의 표지(?)라고 하니 약간 구태의연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내 의식과 사고에, 무엇보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긴장감을 더해주는 구절인데 다음과 같다. “인간이 지평을 넓히지 않으면 천국이 무슨 소용인가” 인간이...지평을...넓히지 않
섬관리자 기자 2019-12-22 14:22:24
문화예술의 혼이 깃든 유배지 진도

문화예술의 혼이 깃든 유배지 진도

진도는 예술 · 미술 · 판소리 · 강강수월래 · 고려시대의 삼별초항몽전적지 · 홍주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통문화와 예술, 그리고 유배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진도는 해남에서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기에 진도 본도는 섬이 아니다. 전국의 유배지 가운데서 진도는 왕의 특별한 분부가 있어야 유배지로 배정되는 혹독한 형벌의 땅이었다. 그래서
박상건 기자 2019-12-20 16:15:17
등대캠프로 해양 르네상스 열자

등대캠프로 해양 르네상스 열자

등대는 섬, 곶, 방파제 등에 설치되어 선박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한 지표 역할을 한다. 등대는 바다의 뱃길을 인도하는 항로표지의 일종으로 관리인이 상주하여 근무하는 유인등대와 관리인이 상주하지 않고 순회 점검하며 관리하는 무인등대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연안의 육지와 섬에는 39개의 유인등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해안가 명승지에 위치한다. 유인등대는 바다
박상건 기자 2019-12-20 16:09:40
3.1운동 100년과 항일 등대의 역사

3.1운동 100년과 항일 등대의 역사

110년 전 남해안 서단에 위치하는 절해고도 당사도에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의 야욕으로 건립한 당사도 등대에 근무하는 일본인을 상대로 항일운동을 하였던 우리 선조들의 기상과 독도에 등대가 건립되어 우리나라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고유 영토의 분쟁의 야욕을 없애기 위하여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등대의 항일 운동사를 뒤돌아보고자 한다. 1894년2월15일 보국안민
박상건 기자 2019-12-20 16:01:05
K-팝 공연이 열리는 등대

K-팝 공연이 열리는 등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밤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은 멀리서 깜박이는 등대 불빛을 발견하고는 가슴 조렸던 마음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들이마신다. 등대의 역할이 중요하게 거론되지만 실제 밤바다에서 등대를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등대의 가치를 제대로 모른다. 밤바다에 반짝이는 등대는 적색, 녹색, 백색, 황색의 4가지 색깔과 반짝거리는 불빛의 주기로 자신의
박상건 기자 2019-12-20 14: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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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TV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어  두려움이 없는 명상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어 두려움이 없는 명상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어서 두려움이 없는 마음, 그렇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사와 배려, 겸손과 자비의 명상바람이 새 물결로 출렁출렁 물결치고 있다. 절에서
신경림, '갈대'

신경림,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타인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자

‘몰디브, 보라보라, 발리......’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섬들이다. 이곳에는 무성한 야자수와 금가루 같은 백사장, 그리고 돈 많은 관광객이 있다. 여행사마다 다양하게 내어놓은 여행 일정들-‘환상의 섬 몰디브, 4박 5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 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의 총무, K의 전화를 받은 건 며칠 전이었다. 모처럼의 통화였지만 K의 목소리는 어제 만나 소주라도 나눈 사이처럼 정겨웠다. “형님, 날도 슬슬 풀리는데 주말에 섬 출사 한번 갑시다.” “섬 출사
(7) 떠나가고 싶은 배

(7) 떠나가고 싶은 배

코로나로 모두가 묶여 있은 세상. 떠나고 싶다. 묶인 일상을 풀고 더 넓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 저 저 배를 바라보면서 문득, 1930년 내 고향 강진의 시인 김영랑과 함께 시문학파로 활동한 박용철 시인의 ‘떠나가는 배’